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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인생 플래시게임, 이제 정말 마지막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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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빡친개미(MadAnt)빡친개미(MadA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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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dant

      알만한 사람은 이미 다 아는 사실이지만, Adobe Flash Player가 2020년 말에 모든 웹에서 사라진다. 크롬은 진작에 허용 여부를 묻는 필터가 생겼었고 뭐 딱히 놀라운 일은 아니다.
      이유는 보안상의 문제가 많고 이미 HTML5 라던지 훌륭하게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이 많기 때문, 개인적으로도 정말 문제가 많지만 한국 특유의 익스플로러 점유율 때문에 고통받은걸 생각하면, 충분히 훌륭한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문제는 Adobe Flash Player 기반으로 만들어진 모든 웹 플래시게임 또한 함께 사라진다는 것.
      이 부분에 대해 플래시게임으로 인터넷 세상의 첫걸음마를 떼고, 십여 년이 넘는 세월 동안 플래시게임과 생사고락을 함께해온 빡친개미에겐 솔직히 큰 충격이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플래시게임들을 보존할 수 있을지, 불가능하다면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기술적으로 & 철학적으로 고민을 참 많이 했는데, 그러다 보니 슬프고 재밌게도 참 여러 가지 추억들이 생각난다.

      처음 시작은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하면서 돈도 벌고 싶다는 마음에서였다. 짐작할 수 있듯이 나는 어릴 때부터 컴퓨터 게임을 정말 좋아했고, 정말 잘했다.
      내가 살아온 과정은 보통 사람은 상상도 하기 힘들 정도로 순탄치 않았는데, 그럴 때마다 나에게 위로가 되어주고, 삶의 지푸라기가 되어준 게 바로 게임이었다.

      편협하고 무지한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게임은 우리에게 정말 많은 것을 줄 수도, 빼앗을 수도 있다.
      나는 게임에서 세상을 배웠고, 게임에게 삶을 살아갈 힘을 얻었으며, 무지한 그들은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수많은 지혜를 배웠다.
      그렇기에 인생의 중요한 터닝포인트에서도 게임, 그리고 컴퓨터를 중심으로 생각했고, 그러다 찾아낸 결론이 바로 게임을 통해 무언가를 하고, 돈을 벌어보자는 것이었다.

      웹에 대해서 정말 아무것도 모르던 내가 나만의 플래시게임 사이트를 만들어 운영하기로 마음을 먹고,
      티스토리 블로그에 맨땅에 헤딩하듯이 몇 날 며칠을 걸려 공부해가며 기어코 게임을 올리는 데 성공한 그 날의 감동이 아직도 생생하다.

      너무나 즐거워 정말 열정적으로 게임을 선별해서 올리던 시기도 있었고, 그저 애드센스 수익을 위해 의무적으로 올린 시기도 있었다.
      그때에는 애드센스를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는데, 이때만 해도 인터넷으로 돈을 번다는 사실은 사람들에겐 소설 속에서나 나올법한 특이한 이야기였다.

      10년 전만 해도 국내 인터넷 시장엔 플래시게임 사이트와 블로그가 정말 많았다.
      면식은 없지만, 나와 비슷한 타이밍에 플래시게임 사이트를 운영하기 시작한 블로거들을 꽤나 많이 알고 있다.
      왜냐면 그때는 네이버 키워드 경쟁을 위해 서로 보이지 않는 싸움을 펼치기도 했었고, 정보가 적었던 시기였기 때문에 문제가 생겼을 때 다른 사람은 어떻게 하나 궁금하기도 했었기 때문이다.

      내가 기질적으로 성실한 편이 아니라 그 인기를 유지하지는 못했지만, 과거에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대부분의 플래시게임에서 1위를 할 정도로 유명했던 시기도 있었다.
      그래서 내가 게임을 올렸다 하면 앞서 말했던 면식은 없는 블로거들이 곧바로 내 글의 내용을 복사해서 올리곤 했었다.
      그때에는 정말 분통 터졌지만, 이제는 하나둘씩 사이트를 폐쇄하다가 결국 대부분 사라져버렸고, 오히려 화가 나도 좋으니 돌아와 줬으면 싶을 정도로 아련한 추억이다.

      다시 현실로 돌아와서 플래시게임 사이트를 보존할 수 있는 방법은 몇 가지가 있다.

      1. 2020년에 종료되기 전에 모든 플래시게임을 다운받는다.
      뭐 가장 무식하지만 확실한 방법일 수 있는데, 제대로 알수록 사정이 그렇게 녹록지 않다.
      우선 나처럼 플래시게임 사이트를 운영하는 사람 정도가 아닌 이상, 그 수천 수만 개의 게임을 모든 사람들이 전부 받을 수는 없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상당히 곤란하다.
      그리고 기술적인 면에도 큰 결함이 있는데, 대부분의 플래시게임은 ‘사이트락’이라는 기능으로 잠겨져 있다.
      단순한 게임은 다운받아 실행할 수 있지만, 이 사이트락이 걸린 게임을 실행하면 ‘어디 어디 사이트에서 실행하지 않았으므로 플레이할 수 없다’는 경고 등과 함께 게임이 실행되지 않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이미 ‘웹 플래시게임’이 아니게 되어버려 빡친개미 사이트 등에서 사람들과 함께 즐길 수 없다는 점이다.

      이런 문제의 심각성을 눈치채고, 인터넷에 존재하는 모든 플래시게임을 다운받고 서비스화 하고있는 외국인도 있다.
      그래서 나 또한 이 방법을 고려는 하고 있지만, 기술적인 면이나 법적인 부분 등 여러 가지 면에서 참 쉽지 않다.

      2. 플래시게임 제작자들이 스스로 HTML5 방식으로 다시 게임을 만들어 올리길 기다린다.
      할지 안 할지도 모르는, 사실상 손만 빨고 있는 방법이긴 하지만 이런 방법도 있긴 하다.

      3. HTML5 방식의 플래시게임을 올린다.
      이 방법은 사실 이미 기존의 플래시게임들은 모두 포기한다는 전제가 깔려있고, 그 이후의 사이트 방향성의 문제다.
      말했다시피 기존에 올린 수천 개의 게임과 페이지들은 전부 사용할 수 없게 되지만(그래도 스크린샷과 내용 등 추억으로서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계속 플래시게임 사이트를 운영할 수는 있게 된다.
      그러나 이 방법도 순탄치 않은데, 우선 티스토리 등에서 기존처럼 보편화된 방법으로 게임을 가져올 수 있을지, 그리고 그럴만한 게임이 많을지 등 기술적이고 현실적인 애로사항이 많이 존재한다.
      그래도 이 방법을 활용해서 운영해보려고 할 수 있는 노력은 하는 중이다.

      4. 빡친개미가 직접 HTML5 등의 새로운 방식으로 게임을 제작한다.
      사실 궁극적으로는 이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싶다. 나이를 먹고 이제는 예전처럼 게임을 플레이하지 않지만, 그래도 말했다시피 게임은 나의 근간이었고, 언젠가 게임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그래서 이제 기존의 플래시게임들이 모두 사라지는 마당에, 내가 새로운 방식으로 새로운 게임을 만들어 선보이고, 그런 게임들로 사이트를 유지하는 방법이 있다.
      예전엔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밖에 할 수 없는 아이였지만, 이제는 여러 가지로 시도해볼 수 있으니, 능력이 닿는 데까지 고려해볼 생각이다.

      5. 플래시게임 사이트는 아니지만, 빡친개미라는 이름으로 명맥을 이어간다.
      이것 또한 궁극적으로 나아갈 방향 중 하나다. 기존의 플래시게임 사이트의 존망은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그 부분을 떠나서 빡친개미라는 이름으로 커뮤니티를 유지하고,
      게임을 플레이하는 사이트가 아니라 게임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만들기도 하고, 또 직접적인 게임 이야기는 아니지만, 게임과 함께 자라온 우리들의 무언가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 고안한 장소가 바로 PPpage이고, 앞으로는 빡친개미 PPpage를 메인으로 여러 가지를 활동할 생각이다.
      언제 어떻게 상황이 변하든 항상 존재할 수 있는 장소가 생겼기 때문에, 이제 이를 통해 여러 가지 재밌는 일들을 벌일 수 있게 되었다.

      이 외에도 방법들과 문제들은 정말 많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점은 사실 더 이상 빡친개미 사이트를 운영하지 않아도 되고, 아니 오히려 운영하지 않는 편이 여러 가지 면에서 현실적으로 더 이득이라는 사실이다.
      그런데 무언가 알 수 없는 이유로 계속해서 붙잡고 있다. 그 무언가가 무엇인지는, 아직 나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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